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배움을 위한 시청각 교재로 쓴 사례
거북선의 존재와 학익진 전법 중에 한산도 대첩 승리에 더 큰 기여를 한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잘 모르겠으니 어쩌면 논문을 봐야 할까. 영화의 전투 장면에서 역사적 사실 고증이 거의 완벽하다는 가정 하에 거북선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여줌으로써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은 것일 수 있다. 전투에서 군인들의 사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린 후에 효과적인 전법으로 전투를 이김.
나대용이라는 인물은 실제로 난중일기에 언급된다고 한다 ("나대용"이라는 이름이 혹시 "엔지니어들이 나대야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감독의 숨은 뜻을 반영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ㅋㅋ 생각했는데 헛된 소망이었음). 그러나 나대용이 혼자서 거북선을 다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이순신+나대용이 발명한 것도 아니고, 이미 태종실록에도 거북선 언급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거북선으로써 조선 수군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선발대가 적의 진영를 교란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런 압도적인 기술 선보일 수 있는 데에 기여하는 자들은 "진정한 실력이 있는 기술자"들이다. 그런데 왜 조선은 엔지니어들을 천대했을까. 안빈낙도를 숭상하고 엔지니어들과 기업가들을 천대하고... 생각건대 조선은 경제성장을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만 같다. 그러면 조선에서 위정자들이 "백성들을 위한다"는 건 무슨 뜻이지?
나도 난중일기를 아주 조금 읽었지만 ... 첫째, 이순신을 잘 모르고, 둘째, 다른 사람들이 다들 추종하는 인물은 왠지 팔짱끼고 거리를 두고 싶기 때문에, 원균이 얼마나 자주 언급되는가에 대해서만 관심을 두고 읽었다. 난중일기를 읽을 때 내가 받은 인상으로 원균은 그냥 권력을 탐하는 사람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과를 부풀리고 싶은 사람이고, 줄을 잘 대서 더 큰 권력을 얻고 싶은 사람인 것 같았다. 오늘 뉴스에 이런 사람들이 줄줄이비엔나 나왔는데... 원균을 너무나 명백하게 어리석고 비겁한 인간으로 그려서, 또 "나는 원균같지 않아"라고 많은 사람들이 안도하고 있을 것 같다. 이순신이 정말 특이하게 훌륭했던 거지 (그것은 바로 거의 매일 일기를 썼기 때문이라고 치자 ㅋㅋ) 원균이 특이하게 악한 놈인지는 잘 모르겠다. 선조와 원균 중에 누가 더 나쁘냐
일주일이 멀다하고 원균 욕을 일기에 써서 길이길이 역사에 남기고 싶을 정도로 원균을 탐탁치 않게 여겼음에도 불구하고, 이순신은 원균과 일을 같이 해야만 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그의 단점을 보완해 주면서 같이 일할 수 있을만한 너그러움 (?) 같은 것은 어떻게 기르는 건지 아직 모르겠다.
전투의 결과를 알면서도 혹시 내가 감정이입하는 사람이 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보았다. 이겨서 기분이 좋았다. 전투씬에서 발포명령을 내리는 것이 주식에서 매도/매수주문 내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했다. 타이밍이 중요한데 옆에서 자꾸 겁을 주거나 잘못된 정보를 주거나 함. 훌륭한 투자자/지도자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있다. 사람들의 character를 읽어내고, 정보를 수집하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를 예측한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여 조건부 행동계획 (contingency plan)을 마련해 둔다.
하여튼 거북선의 새로운 용도를 깨우칠 수 있어서 좋았다: 압도적인 기술력으로써 일단 상대방이 "쟤랑 싸워서 내가 질 확률"을 기존보다 더 높게 평가하도록 만들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 좋은 한글단어가 생각났다
감독의 숨은 뜻 = 감독의 의중
** 이순신 옹도 내 꽈라서 분명 난중일기 전에 쓴 것도 있을 것이다. 매일 썼었을 것이다. (오늘 날씨: 맑음 이라도 적었을 듯). 난중일기 전의 일기가 없는 이유는 주기적으로 폭파했기 때문이다. 매일 일기를 쓰다보면 옛날 일기는 오그라들어서 볼 수가 없기도 하거니와 hardcopy로 남기는 경우 그 분량이 ... 그래서 폭파했지 않았을까. 난중일기는 전장터에서 돌아가시는 바람에 미처 폭파할 시간이 없었다. 고로 원균을 그렇게나 싫어했다는 것을 꼭 후대에 길이길이 남기고 싶지는 않으셨을 수도 있다.
*** 이순신도 알고 보면 ...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고 (그 시절에 서울 출생) 결혼도 잘해서 (충청도 재벌집 데릴사위) 먹고 살 걱정이 없었다. 그래서 역사 속 영웅도 금수저들이 되는 거냐 하고 약간 씁쓸하고 있긴 함. 요즘은 축구선수도 축구 금수저여야 빵 터지고 탁구선수도 탁구 금수저여야 빵 터지고 그런 건가 하는 확증편향의 오류를 마구 저질러 주면서 머리카락을 쥐어 뜯는 척 하면서 공부하지 않고 놀고 앉아있는 현재에 대한 변명을 삼는다.
****
한산 또 보고 싶당 ㅋ
우리동네서도 개봉할라나 ㅎㅎ
'잡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 준비 (0) | 2022.08.19 |
---|---|
시차 적응하는 방법 (0) | 2022.08.19 |
엔터테인먼트와 헤어질 결심 (0) | 2022.07.26 |
커뮤 (0) | 2022.07.22 |
우영우는 벨루가를 어떻게 생각합니까? (0) | 2022.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