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ove block 이라는 워크샵을 하고 2주차다. 영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같은 걸 없애고 마구 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감탄사를 어허-나 아이고-나 야 이런 XX -  하는 대신 "컴온!"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쭈구리? 영어가 또 늘었네? 하고 뿌듯해 한다. 그런데 ... 

 

그런데 오늘은 별로였다. 오늘은 아 이런 문법틀리면서 말했다 ㅠ_ㅠ 바보같이 들렸겠다 하고 말한 순간들이 너무 많았고, 그리고 ... 졸업식이라 학부모님들 오셨는데 그 앞에서 세련되게 말하는 15-20년차 아이뤼시-어메리칸 교수님을 보면서 ... 아 나는 도저히 ... 나는 아무리 자신감을 가진다 해도 저렇게는 못해... 라고 좌절해 버렸다. 이러면 의식적으로는 (좌뇌) "차이 나는 게 당연하지, 출발선이 다른데... 당연해. 대신 나는 한국어를 잘하잖아? (응? ㅋ)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그런데 무의식적으로는 (우뇌) "다 때려쳐! 다 때려쳐! 다 때려치라고! 어차피 안돼!" 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날은 영어로 된 드라마든 영화든 목적 없이 클릭할 가능성이 몹시 높아지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가능성도 몹시 높아진다. 미국 왔을 때부터... 10년이나 된 나쁜 습관이다. 영어에 좌절을 느끼면 영어로 된 영화/드라마를 줄창 보고 있는 거... 영어 공부를 한다고 위안을 얻는 것일 수도 있고, 그냥 distraction이 필요한 걸 수도 있다. 

 

그렇다. 오늘도 결국 그 덫에 걸리고 말았네 ... 마진콜에 나오던 멋진 트레이더 중간보스와 크라운에서 젊은 엘리자베스 2세를 연기하던 사람 (clair foy) 둘이 나오길래 a very british scandal을 봤다. 세 시간동안 빈지와칭... 영어가 늘은 것 같지는 않은데 배운 건 있다. 남자들도 돈 많은 여자 노리고 결혼하고 그 여자 돈 떨어지면 이혼하고 ... 그러는 놈들이 있는데, 있는 놈들이 그런 짓을 "더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할 수도"는 확률일 수도, 집약도 intensity일 수도. 

 

한국 가면 친구들 졸라서 소개팅 많이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 사람들의 경험담 재밌게 들으면서 ... 인생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좀 확장하려고 했더니만 - 이 드라마 보면서 ... 어훜 난 아직 너무 순진하구나 ... 라고 생각했음

 

역시...  집에서 굴러다니기로 했다 ...  넝마를 걸치고 집안을 굴러다니면서 로봇청소기와 경쟁하겠어 ... 누가 방바닥을 더 빛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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