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역사는 우리를 잊었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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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우리를... 로 시작하는 한국어 문장 중에서 가장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하기에는
"역사는 우리를 잊었다"가 제일 좋은 문장이 아닐까 싶다.
난 번역가도 뭣도 아니지만 통계학에서 가설검정할 때 fail to accept H1 이라는 표현이 많고 ... 이건 그냥 새로운 가설을 받아들이지 못하겠으니까 status quo 지키겠다는 거. ... 그냥 갑자기 그게 생각났음
역사는 우리를 망쳐놨다. 를 굳이 첫문장으로 해야 했던 건... 소설 <파친코>의 지난 3년간 판매량을 보면 될 거임 (드라마화 결정 전까지, 혹은 너그럽게 봐서 드라마 방영 전까지) 솔직히 3년동안 파친코 아무리 나혼자 떠들어대도 아무도 보는 거 같지 않았다 관심도 없고. 미국에서 해외에서 잘나가는 드라마라더라... 하니까 책이 다시 잘팔리기 시작한 게 아닌가 (추측). 이런 환경에서 소설의 첫문장이 얼마나 강력한가는 이런 활자화된 제품의 마케팅에 중요하다. 논문도 첫문장 쓸 때 강력하게 ... 마약같은 첫문장 ㅋㅋㅋ을 쓸라고 내가 얼마나 고심하는지 알기나 함? ㅋㅋㅋ
작가 본인은 아마 "역사는 우리를 잊었다" fail to remember 같은 뜻으로 쓰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 속을 누가 알까 말이다. 이런 거 혹시 언어영역 지문에라도 나오면 "출제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 자라나는 세대의 상상력을 제한한 죄 ... ㅋㅋ
역사가 우리를 잊으면 우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정말 슬픈 첫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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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학기가 (거의) 끝났다.
20살 대학 1학년에 이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아마 ... 내가 누구였는지 이 수업에서 뭘 들었었는지 기억도 못할 것이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또 훌륭한 연구업적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아마도 역사는 나를 잊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관없다. 꾸역꾸역 살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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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perseverence 그 자체인 거 같다 곱씹을 수록 너무 좋다는.
소설 파친코를 그 자체로 요약하는 한 문장... 이런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논문 써보고 싶다 너무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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