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곧 (약 3-5년 후) 망할 징조:
"This is how thing's done" 다들 이렇게 해.
다들 이렇게 하는 것이니 따라하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1+1 = 2 가 왜 그런 건지는 수학과 해석학1을 듣기 시작해야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칙 상 이렇게 하면 안된다"고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에게 설명/변명하기 위해 "다들 이렇게 한다"는 말을 쓰기 시작하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뜻 같다.
1. Theranos 떼라노스
드랍아웃 Dropout은 엘리자베스 홈즈와 떼라노스 theranos 사기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훌루에서 1시즌 8부작이다. 이미 2부인데 리서치를 할 돈이 없어서 전전긍긍하는 모습과 그리하여 사기를 치게 되었다는 경위를 설명한다. (물론 경위가 결과를 정당화해주는 것은 아니다.)
1부와 2부를 보면서 엘리자베스 홈즈가 얼마나 초반에는 진정성을 가지고 임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빨리 비지니스를 일으키고 싶어하는 마음도 이해된다. 처음에는 연구원들을 정말 사람으로 대하고, 좋아하고, 시간을 충분히 주려고 노력도 했다. 시간을 더 주려다 보니 돈이 더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니 사기를 치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안 돌아가는 알고리듬을 두고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주고는 돈을 얻어낸다.
한국의 피검사도 비슷했지만 미국에서 피검사를 한다 하면 엄지손가락 크기의 바이알을 2병 채우도록 피를 뽑는다. 피검사를 자주 해야 하는 병에 걸릴 경우 혈관이 남아나지를 않는 모양이다. 드라마에서 환자였다가 완치된 사람이나 현재 환자인 사람들이 특히 엘리자베스 홈즈의 아이디어를 반긴다. 실현되면 바로 billionaire가 되는 아이디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나도 내가 돈이 있었으면 떼라노스를 알자마자 투자했을 것 같다. 돈이 없어서 못했다. (덕분에 재산을 지켰다?)
문제는 그게 될 듯 하면서도 끝까지 안된다는 거였다. 계속 리서치를 해야 하고, 리서치에는 돈이 들고, 자금을 융통하자니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데 결과가 없다. 그렇지만 현재 혹은 전에 환자였던 사람들이 ... 그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거의 될 것 같은데... 포기할 수 없는 아이디어다. 결과 대신에 다른 걸 보여주자. etc. etc.
이러는 과정에서 2부-3부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자주, 스스로에게든 남들에게든, 자주 하는 말이 "This is how thing's done"이다. 사기를 치기 직전에, 사기를 친 직후에, "This is how thing's done" ...
끝까지 안봐도, 여기서 멈춰도 되지 않을까 싶다.
Theranos는 사기를 10년동안 쳤다.
개인적으로 나도 20살에는 CEO가 되고 싶었다. 그냥 학교 졸업하면 저절로 "아이고 천재님 저희 회사로 모셔가겠습니다. 저희의 CEO가 되어주십시오" 이러는 회사들이 줄을 설 줄 알았...ㅋㅋ 는 않지만, 어쨌든 내로라 하는 기업의 CEO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내 동기들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 (회사에 직원은 없고 CEO들만 잔뜩 있는 ...). 1학년 1학기 성적표를 받아들고, B와 C가 난무하고 D도 보이길래, 아...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고나! 바로 깨닫고 ... 대학 학부시절이 어쩌면 기대치를 낮추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내 능력을 깨달아 가는 과정. 박사과정 4년차에서야 "인생 경험을 좀 쌓고, 경력이 20년차 쯤 되면 그 때는 정말 뭘 해볼만 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안타깝게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 학부시절 초반부터 교수 실험실에서 일하면서 교수한테 인정받고 ... 그걸로 바로 본인의 공부는 이걸로 끝이다 생각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사업 시작하고는 아는 게 없어서 내내 고생한다. 회사에서 진행되는 리서치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투자 설명을 하고 ... 환자들을 돕고 싶다는 처음의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능력부족, 전문성 부족은 결국 환자들에게 오히려 해가 되는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2. Archegos 알케고스
Theranos Archegos 둘 다 미국식으로 3음절이다. 이런 회사들을 조심해야 하는 건가 (Tesla 이건 음가가 2개니까 괜찮...)
가장 최근에 일어난 financial disaster를 이해하면 현재 금융시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어서 자세히 들어다 보았다. 마침 빌 황 (한국명 황성국)과 다른 알케고스 관련자들이 연방검사로부터 기소당해서 어제 신문 1면에 났었다. (신문 = 월스트릿저널).
거진 1년만에 다시 보니까 (그리고 다른 금융 사고 사례들을 대충 훑은 다음에 보니까) 이제야 대충 어떻게 돌아간 건지 감이 잡힌다. 전에는 미친놈 하고 욕만 했는데 지금은 뭐가 정확히 잘못 된 것인지, 뭘 했으면 이런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는지가 보임 신문에는 정보가 자세히 제시된 것이 아니라서 나도 대충 뜬구름 잡는 정도이지만. 핵심은 liquidity shortfall 으로 보인다. 마진 콜에 대응할 수 있는 현금대용품 (?)이 적절하게 있었다면, 혹은 포지션이 어메리칸풋옵션으로 커버되어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같다. 이런 사례는 금융사고들을 보면 비일비재하다. 그 유명한 LTCM도 요약하면 마진콜에 대한 liquidity shortfall 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비일비재하고 다들 이런 사고가 날 수 있음을 아는데도, 게다가 사고를 방지할 보험 수단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하지 않는 것은 돈... 수익을 더 많이 얻기 위해서. 아니면 지나치게 자신감에 넘치던지 "이 포지션이 망할 리가 없어!" - 리만 브라더스가 그러다가 망했음.
포지션이 풋옵션 등으로 cover만 잘 되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투자 전략 자체는 기발하다. 여러 큰 투자은행들(prime broker들= Dodd-Frank Act에서 소위 SIFI 라고 부르는 것들이라고 한다. significant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s. 저축성 예금을 받는 기관들만 SIFI인 줄 알았더니)로부터 "돈을 빌려서" 주식을 산다. 그리고 주식을 브로커들이 가지고 있게 한다. 차용금에 대한 담보이긴 한데, 하여튼 보관하는 것이므로 그만큼 두둑한 보관수수료를 준다. 대신에 알케고스는 주식이 오르면 그 수익만 받는다 (토탈리턴 스왑). 아... repo 알고리듬을 순서만 조금 바꾸고 underlying을 주식으로 바꾼 거네... 하여튼. 이 경우 주식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가 나고 담보 가치가 떨어지므로 돈을 빌려준 브로커들은 담보가치를 메꾸도록 마진콜을 하게 됨. 이때 마진콜에 응하기 위해 현금 혹은 현금대용품이 필요하다.
알케고스 포트폴리오는 아주 소수의 종목에 어마어마한 양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소위 한국에서 작전주하듯이 주가 조작을 했다는 혐의로 연방 검사가 기소한 것임) 그 소수의 종목에는 C라는 주식이 있었는데, 갑자기 C 회사가 주식 발행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C의 주가가 25프로 떨어짐. 알케고스가 마진콜을 당함.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주식을 팔기 시작. 그런데 "소수의 종목"에만 집중 투자를 하고 있었으므로 현금을 마련하려면 그 소수의 종목에서 엄청난 양의 주식을 팔 수 밖에 없음. 알케고스의 이런 행위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주어서 해당 종목들의 주가가 떨어짐. 여기에 대해 또 마진콜을 당함 ... 종국에는 마진콜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됨. 파산.
왜 저렇게 했을까. 현금을 조금만 더 갖고 있었으면, 혹은 현금을 융통할 수 있는 다른 담보물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혹은 정말 교과서적으로 풋옵션을 사서 커버를 하는 것도 방법이었는데 ... "보험용으로 가지고 있을 현금" 조차 수익을 위해 투자해버린 거였을까 아니면 이런 보험으로도 부족했던 걸까. 전자였다면 그냥 "This is how thing's done" 이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던 걸까.
어쨌든 그렇게 완전 미친놈은 아니었다. 마진콜에 대응할 충분한 liquidity가 없었을 뿐. (작전을 했다는 건 잘 모르겠다 - 했으면 정말 잘못한 거고.) LTCM의 경우도 마진콜에 대응을 못해서 다른 투자자들에게 팔렸지만 약 3년 후부터는 보유했던 채권으로부터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알케고스도 투자전략이 잘못된 건 아니다 (아마 비슷한 투자전략을 좀 더 다양한 주식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대해 하고 있으면 계속 수익을 올릴 수 있지 싶다. 물론 지금 같은 하락장에는 손해를 보고 마진콜에 계속 대응해야 할 것이다. 몇 달 전 테슬라가 800불 넘다가 1분 사이에 780불로 내려갔을 때 ... 아마 그 때 누군가 마진콜을 당해서 테슬라를 대량으로 팔아버리고 현금을 마련한 것 같다.)
빌 황이 어떻게 billionaire가 되었는지, 그리고 빌 황이 월스트릿에서 이름을 얻게 된 과정이나 투자철학을 다룬 기사도 있었다. 종교가 있고 (아버지가 목사), "종교적인 신념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함. 자선단체가 있는 건지 자선단체를 후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좋은 일도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고 함 (실제로 내가 그 자선단체들의 financial report을 보기 전에는 못 믿는다 - 말티즈 경태 사건 이후 이렇게 됨). 첫번째로 읽을 때는 콧방귀를 꼈다. 미친놈이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함. 이제 사건이 어떻게 된 건지 드디어 이해하고, 다시 빌황의 투자철학을 두번째로 읽으면서 ... 와 이 사람이 정말 언행일치가 되는 사람이라면 정말로 undervalue된 걸 발굴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겠다 추측했다. 그게 사실 금융의 본질이기도 하다. 실제로 tiger fund라는 데에서 일할 때 1990년대에 한국 주식에 투자하도록 권해서 tiger fund가 수익이 많이 났었다고 한다. 월스트릿에서... 1990년대에 한국 주식이라니 ... 우리는 undervalue되었다는 걸 알지만 월스트릿 사람들은 알기 쉽지 않고 ... 하여튼 여러 어려운 점이 지금 떠오르는 것만 해도 3-4가지가 넘는데, 그걸 설득하고 실제로 투자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금융가...라고 쓰고 싶지만 또 한국 주식시장에 들어와서 작전으로 돈을 벌고 나갔을 수도 있으므로 모르겠다. 그냥 "대단한 금융가라고 평가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 정도.
내가 만약 빌황처럼 투자를 할 수 있다면 내 투자철학은 무엇인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금융의 본질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돈 버는 데에 눈깔이 돌아갈 것인가? 만약 내가 "This is how thing's done"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그건 내가 지구의 역사 상 978,429,112,456 번째 돈에 눈깔이 뒤집힌 년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
알케고스 사건을 계기로 SIFI에 되려 리스크가 집중되는 현상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금융 규제 측면에서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이상.
관련 기사
https://www.wsj.com/articles/inside-archegoss-epic-meltdown-11617323530?mod=series_archegos
Archegos Founder Bill Hwang, Former CFO Charged With Securities Fraud
Archegos Capital Management founder Bill Hwang and former chief financial officer Patrick Halligan have been indicted on charges of securities fraud, wire fraud and racketeering, federal prosecutors in Manhattan said.
www.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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